궁궐의 올바른 이해를 위한 의미있는 시작
민과 관이 약속을 맺다: 공공디자인의 새로운 시도 문화재 안내판 개선사업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종묘 등 다섯 곳의 안내판 및 안내 소책자 디자인을 새롭게 개선한 이 사업은 2005년 6월 문화재청과 아름지기의 1문화재 1지킴이 협약을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2006년 말 1차 사업으로 경복궁과 창덕궁의 안내판 설치를 완료하였고 2007년 말 2차 사업으로 창경궁, 덕수궁, 종묘의 안내판 설치가 완료되었으며 2009년 1월부터는 안내판의 시스템과 연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안내 소책자가 각 궁에서 배포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사업은 그동안 연경당 내부 정비 및 꾸준한 궁궐 가꾸기 활동을 통해 궁과의 인연을 맺어왔던 아름지기와 문화재청이 문화유산 주변 공공디자인 개선의 필요성에 동감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을 비롯하여 조상들의 높은 문화적 수준과 솜씨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으나 우리들이 여기에 덧붙인 안내판 등 공공디자인의 수준은 여기에 한참 미치지 못하여 오히려 문화유산을 훼손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이에 아름지기는 일반적인 행정절차를 통한 발주시스템으로 달성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디자인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특별한 협약을 체결하고 아름지기가 디자인에 필요한 재원을 조성하여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참여시키고 문화재청 및 각 궁관리소가 공공의 예산으로 이를 실현하는 새로운 형태의 민관협력을 시도하였습니다.
이 사업에는 총괄 아트디렉터 안상수 교수(홍익대학교)를 비롯하여 국내 디자인 전문회사 안그라픽스, 세계적인 그래픽디자이너 집단인 2X4의 Michael Rock, Albert Lee, 김성중 등이 디자인을 진행하였고, 궁궐건축에 대한 자문 및 안내문안 작성을 위해 이상해(성균관대학교), 김봉렬(한국예술종합학교), 안창모(경기대학교), 우동선(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이 참여하였습니다. 또한 국내 최고의 건축가인 승효상, 민현식, 조성룡 등이 궁궐과의 시각적 조화를 검토해주는 자문단으로 활동했고, 공예 수준의 결과물 구현을 위해 최가철물이 엔지니어링 자문 및 실행을 맡았습니다. 디자인 진행은 연구진과 자문단 외에도 문화재청 및 궁관리소 담당자, 궁궐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NGO 단체, 기타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수없이 많은 협의와 공동 워크샵, Mock-up 설치 테스트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이러한 논의의 과정 자체가 디자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무엇보다 공공디자인의 참된 의미를 구현한 과정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안내판의 디자인은 자신을 과도하게 드러내지 않도록 최소한의 형태와 궁궐 기와색을 모티브로 한 무채색 계열로 결정되었으며, 그 대신 타이포그래피와 안내도를 포함한 내부의 그래픽요소들의 디테일을 충실히 했으며, 시스템에 있어서도 궁궐을 기능과 위치에 따른 권역으로 묶어서 설명함으로써 적은 수량의 안내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권역시스템과 안내문, 그래픽 요소들은 안내 소책자까지 연동되도록 하여 안내판을 보완하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이 사업은 민관협력에 의한 공공디자인의 바람직한 사례로 널리 알려졌고 2008년 9월 『궁궐의 안내판이 바뀐 사연』이라는 단행본으로 그 상세한 내용을 출판하여 유사한 다른 사업에 좋은 참고자료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