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에 걸쳐 아름지기는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으로 한복의 전통을 올바르게 고증하는 것을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창작자에게도 풍부한 영감의 원천을 제공하는 예술적 대상으로 확장해왔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전통 의복 문화를 깊이 있게 고찰하고자 하는 모두의 노력에 응하듯, 한복은 조금씩 우리의 삶으로 들어와 전보다 훨씬 대중화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복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일상에서 한복을 조금 더 편안하게 입는 방법은 무엇일까. 오늘 아침 채비를 할 때, 옷장에서 먼저 손이 가는 옷이 한복일 수는 없을까. 평범한 날이든 특별한 날이든 쉽게 꺼내 입을 수 있는 한복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러한 질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답을 찾고자, 이번 전시는 전통을 재현하는 장인의 손과 새롭고도 친근한 시각을 구현하는 의상 디자이너가 만나 긴밀하게 공명하면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인 크리스티나 김은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세상과 사물, 그리고 사람을 순수하게 바라보며, 관습이나 규정, 이분법적 사고에서 자유로운 창작자이자 예술가입니다. 작가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시간과 손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옷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조차도 버리지 않고 소중히 모아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 내지요. 단순히 낭비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노동과 시간, 정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엿보입니다. 작가는 여러 나라의 전통 공예장인들과 협업하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각 나라 마다 고유의 전통이 수작업으로 발현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으로 옷을 만들어왔습니다.
15세에 미국으로 이주한 크리스티나 김에게 한복은 디자인적 모티프가 아니라, 그 자체로 당연한 우리의 옷이었습니다. 작가는 어쩌면 너무 가까운 곳에 있어서 보지 못했던 우리 옷의 가능성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역설적 시선으로 한복의 새로움을 발견해 냅니다. 크리스티나 김은 전시를 위해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옷공방과 협업하며 전통적인 한복에 거리낌 없이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작가는 오늘날 맥락에서 조상들의 의복을 다시 바라보고,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새롭게 활용할 방법을 선보입니다.
《blurring boundaries: 한복을 꺼내다》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현대의 생활방식에 맞게 작은 변화만으로 고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한복을 제안합니다. 온지음 옷공방과 크리스티나 김 작가의 2년여의 연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전통과 현대, 그리고 지역의 경계를 느슨하게 풀어낸 결과물을 전시를 통해 만나보세요. 지금 당장 입고 나가도 어색하지 않은, 이제야 비로소 천천히 진화하고 있는 바로, 우리 옷이 여기에 있습니다.
Arumjigi Exhibition 2023
blurring boundaries: hanbok, revisited
2023. 9. 2–2023. 11. 15
Arumjigi Culture Keepers Foundation
Based on research by the Clothing Studio of Onjium, the Arumjigi exhibition on clothing <blurring boundaries : Hanbok revisited> features hanbok made to be comfortable enough to be worn everyday in modern times by blurring the boundaries between the tradition and modernity. While the modernization of hanbok by designers today has involved borrowing design elements from traditional clothes, this exhibition took hanbok itself as a starting point for her design. With her respect for things Korea’s ancestors treasured and bequeathed to us, Kim wanted to propose practical ways to wear hanbok in modern society while preserving the beautiful proportions and lines unique to hanbok. This exhibition proudly presents the design testing process from the first step of getting inspiration from the research on form, color, and materials of original hanbok to the next step of modifying and altering hanbok, that is, the creation of hanbok not confined to traditional forms. And all that while retaining all the beauty intrinsic to hanb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