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가리다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전통건축 및 현대건축의 형태로 선보이는 작업들은 자연을 담아내는 역할을 하며, 가장 원초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미감과 문화적 특징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전통 건축 부분을 담당한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집공방은 사옥의 1층 공간에서 오늘날의 기술과 소재를 접목하여 조선시대 궁중 의식이나 거둥(擧動) 때 왕과 고관들이 잠시 머물렀던 어막차(御幕次)로 외빈내화(外貧內華)의 전통을 재현하였고, 전통의 정신을 현대 기술로 만든다는 고도금기(古道今器)의 정신을 기반으로 어막차를 현대화한 막차형 텐트를 제시합니다. 이는 2층 전시공간으로 이어지며 전통의 영감을 현대적 디자인과 감수성으로 재해석한 현대건축가(stpmj, SoA, 최춘웅)의 작품으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더 다양한 공간의 활용을 제안합니다.

stpmj는 한국 전통 건축에서 해를 가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던 ‘차일’의 재해석과 현대적 적용 방안에 대한 고민을 ‘CHAIL RENAISSANCE’로 풀어냈습니다. CHAIL RENAISSANCE는 알루미늄 부연을 서까래에 끼우는 방식으로 기존 전통 건축물에 나사나 접착제 없이 구조를 쉽게 연장할 수 있으며, 여기에 앞서 언급한 3차원 차일 모듈의 연결 및 해체, 보관 그리고 이동의 용이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습니다. 기존의 처마와 내부로 이동하는 동선상에서 해가림(Shade)의 밀도 변화(Light Grey-Medium Grey-Dark Grey)가 흥미로운 깊이를 갖는 내∙외부 공간의 연결을 기대하게 합니다.

SoA의 ‘가지붕’은 가리는 역할의 소극적인 성격의 지붕보다는, 그 아래 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감각을 돕는 형태의 지붕을 제안합니다. 지붕 아래 행위를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공간에 대한 경험에 개입하는 지붕이다. 그늘을 만드는, 해를 가리는 방식에 다른 감각의 경험을 얹어놓기 위해, 사용자가 움직일 수 있는 지붕을 고안하였고 지붕이 주는 감각의 경험을 ‘움직임’이라는 요소로 선사합니다.

올해 처음 전시공간으로 공개되는 3층에서는 전통의 소재와 미감을 살린 ‘그늘길, 차일(遮日)’을 선보인다. 대나무를 다발로 엮어 기둥을 만들고 삼베천을 폭으로 길게 이어 현대의 시간과 장소에 어울리는 차일을 재현하였습니다. 전시 기간 동안 아름지기 사옥은 단순히 전시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 현대 도시 속에서 과거의 영감을 재발견하는 공간, 우리에게 맞는 놀이와 소통, 라이프스타일을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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