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낙선재 조경 정비사업

자연과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궁궐
– 건축물에 비해 유지관리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궁궐 외부 환경 및 조경의 관리, 모델 제시를 위한 시범사업

창덕궁 낙선재 일원의 조경 정비 사업은, 그 동안 전간 외관 중심으로 진행하던 궁궐의 관리를 외부 공간으로 확대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비교적 명확한 실측도면 및 문헌자료를 중심으로 원형이 보존되고 있는 전각과 달리 후원, 화계 등 외부 공간은 명확한 관리 기준 및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아 해방 후 어느 시점에서 조성되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를 그대로 유지,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아름지기는 조경가 정영선 선생과 함께 과거 궁궐 조경에 사용된 식물 재료를 검토하고 유럽의 문화재 급, 정원 관리에 사용되는 추정에 의학 복원 및 관리 매뉴얼을 참고하여 창덕궁 낙선재 일원의 조경 정비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1997년 창덕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우리 궁궐의 아름다움에 대해 우리 스스로도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훼손된 궁역과 전각들의 보수, 복원 사업들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련의 사업들이 주로 개별 건축물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건축 외부공간, 조경에 대한 복원 및 유지관리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였습니다. 창덕궁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개별 건물의 아름다움보다는 자연 지세에 순응한 궁궐이라는 독특한 성격, 외부환경의 아름다움 등임을 생각해 볼 때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사업은 창덕궁 중에서도 가장 최근까지 왕실의 주거공간으로 사용된 지역이며 다양한 형태의 화계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낙선재 일대를 대상으로 하는 시범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업진행을 위한 기초적인 조사과정에서 궁궐조경의 복원과 정비가 어려움을 겪는 주요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 하나는 전각에 비해 조경의 경우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확연히 적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조성 당시의 모습이 큰 틀을 바꾸지 않고 유지되는 건축물과 달리 조경의 경우 그때그때 그 공간을 사용하는 주인들에 의해 수시로 식물이 교체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단편적인 문헌으로라도 기록이 남아있는 조선시대에 비해 비교적 가까운 과거인 한국전쟁 이후 7~80년대의 기록이 더욱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궁궐지, 동궐도 등에서 파악할 수 있듯이 자세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문화발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일이기에 이 사업의 출발은 복원과 정비를 실행하기 전에 현재의 화계 모습과 물 현황을 사진과 도면, 수목목록 등의 방식으로 충실한 기록을 남기는 데서 시작했으며, 기록이 부족한 문화유산의 복원, 혹은 정비를 위한 적합한 방법론을 찾는 것이 두 번째 일이었습니다.

문헌조사의 경우 <동궐도> 및 <동궐도형>을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낙선재에 관해 자료가 미흡한 경우는 <동궐도> 전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러 가지 공간과 각종 화계의 식재 형태를 통해 미루어 짐작해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재식패턴은 동궐도에 보이는 대조전과 자경전 후원 화계의 Mass&Void 패턴을 도입하여 리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으며, 가능하면 열식을 배제하여 화계의 직선적인 건축구조와 조화를 이루도록 하였습니다. 또 낙선재 영역의 각 공간 접점에 청매를 초점 식재하여 공간을 가르는 요소로 활용하였으며, 대로는 두 공간을 연결하는 곳에 두어 프로임으로 활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점경물 주변에는 지피, 초화류를 하부에 식재하여 관람자의 이동에 따라 고루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공사완료 후 기단석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생육관리, 화목류의 적절한 수형 유지를 위한 주기적인 교체계획 수립, 궁내 묘포장 운영을 통한 이식 및 재활용 방안 등을 제안하였으며, 조경 유지관리를 위한 분야별, 계절별 시행사항을 담은 매뉴얼이 창덕궁 관리소에 전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