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혀있던 전각의 문을 빛으로 열다
효성의 후원과 문화재청의 협력을 바탕으로 아름지기가 기획, 진행한 창덕궁 희정당·대조전 일원의 전등 및 전기 시설 프로젝트. 임금의 집무처이자 생활공간으로 사용되던 희정당과 대조전 전각 내부에 불을 밝혀 우리 궁궐을 찾는 이들이 과거에 멈춰선 닫혀있는 유물을 보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궁궐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진행된 사업입니다.
조선시대 창덕궁은 가장 오랜 기간 왕실의 국정 운영과 생활공간으로 사용되던 곳입니다. 특히, 희정당(보물 제815호)은 왕의 집무실로 사용되었으며, 대조전(보물 제816호) 일원은 왕과 왕비의 침전으로 사용되던 공간이었습니다. 1917년 화재로 소실된 후 1920년 진행된 전각 재건 과정에서 유리창문, 전등, 라지에이터, 침대가 갖춰진 침실, 서양식 욕실과 이발실 등으로 실내를 조성하여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근대 궁궐의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아름지기는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소, 효성그룹과 함께 희정당·대조전 일원의 추가 복원사업을 진행하여, 창덕궁을 찾는 많은 국내외 관람객에게 희정당·대조전 일원의 문을 열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름지기는 현장 조사를 통해 전각 내·외부에 전등기구 약 240기가 설치되어 있고, 이를 위한 전기 시설이 완비되어 있다는 사실에 집중했습니다. 이를 복원하여 불을 밝힌다면, 궁궐 내부의 집기 재현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에 아름지기는 효성의 후원으로 희정당 영역 전기전열공사, 희정당 접견실 샹들리에 6기와 대조전 샹들리에 1기 점등을 위한 보수 및 재현을 진행하였고 마침내 희정당과 대조전 일원에 약 100여 년 만에 불을 밝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기록 문화유산을 남긴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근대 자료일수록 충분한 고증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복원의 근거를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궁궐의 샹들리에를 복원하는 첫 번째 사례인 만큼, 수차례의 자문회의를 거쳐, 점등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만 보수와 재현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소켓과 전선은 설치 당시의 전압과 현재 사용하는 전압이 맞지 않아 교체가 불가피하였습니다. 이에 희정당 권역 전체의 전기 및 전열공사를 시행하였으며, (주)알토의 기술 후원을 받아 기존 소켓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현재의 전기안전법에 준하는 소켓을 개발하였습니다. 또한 전선의 피복이 실크 원사로 짠 다회로 이뤄져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에 임금희 다회 장인과 함께 전통 다회 기법을 이용하여 샹들리에 전선 피복을 제작했습니다.
대조전 샹들리에의 경우 황색 직물이 치마처럼 전체 조명을 감싸며 조명에서 나오는 빛을 은은하고 넓게 퍼지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직물이 오래되어 변색되고 부식되어 있었습니다.
원단 성분 분석 결과 사는 나일론, 위사는 견으로 확인되었으며, 왕실의 행복을 상징하는 박쥐 문양이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온지음 옷공방에서 직물의 두께, 경위사의 밀도, 패턴 크기와 간격, 바느질 기법 등을 연구하여 여러 차례 시직을 진행한 끝에 유물과 동일하게 제직할 수 있었습니다.
아름지기는 2020년 현재 희정당 권역의 전등 수리 및 복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